최근에 쓴 논문이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실렸다. 학습 공간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 프레임 안에서 해석해보자는 이론 논문이다. 1994년에 소개되어 지금까지 널리 인용되는 Paas 와 Van Merriënboer 의 인지부하 모델을 수정하였는데, 개인적으로 94년 논문의 원저자들과 함께 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큰 영광이었다.
이번 논문은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학습 환경(learning environment)’ 이라는 용어의 모호함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학습을 조율하려면 ‘무엇을/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누가/누구와’ 학습할 것인지, ‘어디서/무엇을 가지고’ 학습할 것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지부하 관련 연구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장소성이나 학습 자료의 물성 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먼저 강조하였다.
사실 1994년 모델은 학습자(learner)와 학습 과제(task) 두 가지를 인지부하의 주된 causal factors로 간주한 반면 환경(environment) 요인들은 학습 과제의 한 측면으로만 다루었다. 수정된 모델에서 교실 온도나 주변 환경의 소음처럼 인지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task 와 learner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남아 있는 환경 요인들을 독립적인 인지부하 요인으로 분리해보려고 했다. 이 때 다소 모호한 용어인 ‘학습환경’을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로 재개념화 하고 이를 학습자(learner)과 학습내용(task)를 아우르는 포괄적이며 고유한 causal factor로 제시하였다.
원 모델을 수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는 학습 과제(task)와 학습 환경(environment)을 개념적으로 분리하는 것이었다. 모든 학습 상황이 물리적 공간(space or place)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수의 학습 내용 역시 종이, 칠판, 컴퓨터와 같은 물리적 매질를 통해 학습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마지막으로 한 명의 학습자를 중심으로 볼 때 교사와 다른 학생들 역시 물리적 대상이자 환경의 일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 환경’의 물리적 측면을 떼어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learning task의 개념적 범위를 ‘학습 과제 자체(what to be learned)’, 혹은 해당 학습 과제의 ‘교수설계 디자인(instructional design)’으로 축소하고, ‘task’를 담고 있는 미디어(종이, 컴퓨터, 교사 등)와 그 외형, 및 기타 물리적 측면(무게, 색깔, 크기 등), 미디어가 놓여진 물리적 학습 공간까지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 범주로 편입시켰다. 작게나마 물리적 공간이나 하드웨어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학습 미디어 (혹은 그 소프트웨어)를 ‘학습 환경’으로 표현할 때 생기는 개념적 충돌 지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최근 학습 현장(혹은 교실이라는 생태계)을 바라보는 IT 미디어 중심의 시각을 보다 아날로그적인 공간과 환경으로까지 확장하는데 하나의 이론적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정된 모델이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를 learner 및 task와 함께 독립적인 인지부하 요인으로 제시함에 따라, 94년 모델이 제안했던 learner와 task 간의 단선 상호작용은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learner-task’ 간 삼각의 상호작용으로 변경되어야 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가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면서 과목별 교실 디자인을 다르게 구성했다면 그 교육적 효과성은 공간과 과목의 적합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의 크기는 학생 개인의 과목 숙련도나 특정 공간 선호 등의 개인차에 따라 다르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 향후 연구를 위해 구체적인 사항들을 적을 수는 없지만, 이런 복선의 상호작용은 흥미로운 연구 질문들을 많이 던져준다. 또 하나, 수정된 모델은 지금까지 인지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이 제공했던 다양한 cognitive load effects를 재해석하거나 보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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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as, F., & Van Merriënboer, J. J. G. (1994). Instructional control of cognitive load in the training of complex cognitive tasks.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6, 351–371. doi:10.1007/bf02213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