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탈을 쓴 그 사람

Simons와 Chabris의 Selective attention 실험 (일명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관련 자료를 찾다가 문득 고릴라 코스튬을 입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당시 Daniel Simons가 논문을 지도했던 Elisa Cheng이란 학부생이었다. 우등생이었고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사실 그녀는 (적어도) 한 번 더 고릴라 탈을 썼다. 2004년 Simons와 Chabris가 14회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게 되었을 때, 수락 연설 중 어김없이 Miss Sweetie Poo (이그노벨 수여식에서 수락 연설이 길어지면 “지루해요, 적당히 하세요!” 라고 소리치는 소녀)가 등장하자 고릴리가 나와서 Miss Sweetie Poo를 어깨에 들쳐메고 내가는데 그 때 고릴라 탈을 쓴 것도 Elisa Cheng이었다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찾느라 한 시간 넘게 여기저기 뒤적이다 보니 Elisa Cheng이 언제 누구와 결혼했는지, 심지어 양가 부모님 직업까지 알게 되었는데, 뭔가 개인사를 파헤치는 것 같긴 하지만 은근히 이런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나저나, Chabris의 99년 박사 학위 논문은 체스 마스터의 인지능력에 관한 것이다. De Groot와 Chase의 체스 마스터 관련 연구와 비교해서 읽기 좋다.

학문은 늘 엄숙하기보단 때때로 그저 호기심을 쫒아가기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그노벨은 정말 괜찮은 상이라 생각한다. 얼른 배변과 인지능력 관련 실험해서 논문 하나 내야지.  


  • Simons, D. J., & Chabris, C. F. (1999). Gorillas in our midst: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for dynamic events. Perception, 28, 1059-1074.
  • Chabris, C. F. (1999).  Cognitive and neuropsychological mechanisms of expertise: Studies with chess masters (Doctoral Dissertation). Retrieved from http://en.scientificcommons.org/43254650
  • Chase, W. G., & Simon, H. A. (1973).  Perception in chess. Cognitive Psychology4, 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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