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창의성

인지부하이론 (cognitive load theory)은 기본적으로 Working Memory (WM)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제한적인 Capacity에 관한 이론이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WM에서 처리되는 ‘인지 프로세스의 총량’을 [정보의 양 + 인지적 활동에 사용된 mental energy의 총량]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 인지부하이론의 관점에서는 영어 단어 단순 암기처럼 내용 간 상호 연계성이 부족한 (i.e. intrinsic load 가 낮은) task는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부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mental energy에 관심을 두는 학자들은 외워야 할 단어가 너무 많을 경우 인지적 에너지의 소모로 인해 지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정신적 혹은 생리적) 피로감 역시 인지부하로 보는 것인데, 반론의 여지가 있으나 분명 흥미로운 접근이기도 하고 최근 감정(affect)과 동기(motivation) 등이 인지부하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꽤 의미 있게 다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에너지’ 관련 엉뚱한 질문이 하나 생겼는데 화장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리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사람들의 일화를 인지부하이론의 프레임 안에서 설명할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소변을 본 후 체온이 떨어지는 건 아마 (열)에너지가 외부로 급격히 방출되었기 때문일테다 (Thermoregulation?). 다시 말해 배변 직후는 과잉된 에너지가 내압(이것 역시 일종의 부하니까)을 견디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된 후에 일종의 에너지 평형상태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이러한 에너지 체외 방출이 일시적인 인지능력 향상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누구든 몸의 생리적 반응(특히 배변활동)과 인지활동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알고 있다면 공유했음 좋겠다.

앞서 설명한 mental energy 관점과 이에 대한 짧은 코멘트는 아래 논문들을 참고하면 좋다.

  • Kalyuga, S. (2011). Cognitive load theory: How many types of load does it really need?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3, 1-19. doi: 10.1007/s10648-010-9150-7
  • Schnotz, W. (2010). Reanalyzing the expertise reversal effect. Instructional Science, 38, 315–323. doi: 10.1007/s11251-009-9104-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