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명당자리?

수능 고사장은 평소 공부하던 교실과 다른 공간일 수밖에 없는데, 거기엔 소음, 조명과 채광 조건, 천장 높이, 책상 높낮이, 감독관 위치, 옆 사람의 행동, 냄새, 온도(가뜩이나 추운 계절인데)와 습도까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 요소가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까? 어쩌면 가능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2009년 Science에 발표된 빨간색과 파란색이 인지 활동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적용해 본다면, 고사장 벽면 일부가 푸른색 계열로 마감되어 있거나, 감독관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면 적어도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 때 해당 교실의 학생들이 약간이나마 불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적용에는 여러 비약이 있지만, 공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직관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평소 공부하던 익숙한 교실을 떠나 낯선 교실에서 수능을 보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발생 가능한 부정행위를 막고 고사장 준비를 원활이 하기 위함일텐데, 인지 심리학의 시각으로 볼 때 낯선 곳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수능은 측정 환경 통제의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엄정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하루 한 번의 일제고사가 향후 인생 경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에서 수능 명당자리 같은 그림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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