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놀이터를 관찰하고

레퍼런스 없이 놀이터에 필요한 요소들에 관한 평소 생각들을 모아서 정리한 글. 언급된 일곱가지는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라기 보단 ‘놀이터가 사용자에게 어떻게 역할해야 하는가’, 또는 ‘놀이터라는 공간은 인간에게 어떤 말/원초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뭐 그런 내용. 

지켜주는 눈

주변과 동떨어지거나 사방으로 열려있기 보단, 주변 건물의 향이나 시설물 위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놀이터를 자주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데려 온 부모들이 머무는 위치와 방향 역시 이 점을 고려해 계획되어야 할 것 같다. 

오르고 내림

대체로 인간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멀리 내다 보는 것과 중력을 느끼며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걸 즐기는것 같다.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고, 오른 노력 대비 순식간에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삶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구조화 된 미끄럼틀보다 방향성이 없는 언덕 형태의 무언가를 오르고 내리길 (실제로는 기어 올라가서 굴러 내려오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큰 아이들의 경우는 높은 곳에서 친구들과 앉아서 도란 도란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듯 하다. 

숨을 곳

폐쇄적이지 않으면서 외부로 향하는 자신의 시선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공간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많이 사용되는 터널의 경우 상체를 충분히 세울 수 없어 이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고, ‘터널’보다는 ‘굴’이라 부를만한 볼륨이 필요하지 않을까.  

반죽

물과 흙을 섞어 만든 반죽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문명 발전의 기초 동력이지 않았을까. 이건 인간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창조’ 경험일지도. 놀이터 어딘가에 (마셔도 되는) 물이 나오거나 흐르고, 이를 흙과 섞어가며 놀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의 세탁 편의와 관리(독성제거 등)면에서 흙 보단 모래가 현실적인 대안이겠지만, 개인적으론 흙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뛰어 잡기

아이들은 혼자 뛰지 않는다. 대부분 누군가를 잡기 위해, 누군가로부터 잡히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뛰는 걸 보여주고 싶어 뛴다. 그런 면에서 뜀박질은 놀이터에서 가장 상호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특정 구간을 신나게 뛸 수 있을까, 사람을 뛰게 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생명체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 혹은 자연을 흉내낸 놀이터를 말하는 건 아니고, 동네 고양이든, 지렁이든 간에 다른 생명체를 만나는 건 아이들에게 정말 재미있고, 신비롭고, 중요한 경험이다. 그래서 놀이터는 동물과 곤충이 드나드는 곳이어야하지 않을까. 이건 놀이터가 얼마나 인공적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고, 거기에 얼마나 많은 식물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짓기

완제품 놀이 기구가 없는, 어쩌다 아이들이 모여서 놀이의 ‘터’로 사용되는 곳에 가보면, 아이들은 이런 저런 물건들을 모아 신기한 걸 만들면서 논다. 어쩌면 놀이터는 아이들에 의해 지어질 때 더 의미있지 않을까. 꼭 나무나 돌과 같은 자재나 원재료를 놓아두어야 한다기 보단, 그저 어떤 물건이어도 괜찮을거란 이야기다. 예를 들어 버려진 욕조같은. 그리고 이제 우린 완제품 놀이 기구들 중 무얼 취하고 무얼 버려야 할지 고민해햐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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