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평범한 개인의 일상과 관성을 압도하는 2020년이다. 두 세계 사이에 끼인 느낌.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갈 땐 가능성을 점 치던 미래가 갑자기 오늘로 와있는 듯 하더니, 오래 묵혀있던 지구 사람들의 문제가 동시에 임계점에 이르러, 이걸 풀어야 다음 장으로 넘어 갈 수 있을것만 같기도 하다. 

지난 일기는 4월에 멈췄었다. 저만치 밀린 일들을 두고 여기 와 글을 쓸 수 없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일들을 짜 맞추지 못해 일이 자꾸 쌓였다. 그래도 그 사이, 여름 휴가를 한국에서 보냈고, 그 중 이틀을 제주에서 보냈다. 휴가 일부를 일에 쓰려던 계획이 실패하리란 걸 알고 나서는 그냥 푹 쉬었다. 쓰는 일, 읽는 일,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거의 없이.  

학교엔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늘 그랬듯 자잘한 디테일에 욕심을 부리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신입생들이 들어왔고, 그 중에 한국에서 온 학생도 한 명 있다는데 아직 인사 한 번 못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그러나 키우는 일 자체는 고되고, 여전히 이 작은 인간들로 인해 감정이 요동한다. 둘째는 사흘 뒤에 한 살이 된다. 그 다음날은 결혼기념일.  

처세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 맞춰가고, 넘어가고, 때때로 침묵해야겠다고 자주 다짐한다. 힘겨루기, 감추기, 자신의 것 지키기, 변화를 거부하기, 사사로운 감정이 뒤섞인 의사결정, 사람을 빼고 더하는 일들, 여기라도 특별히 다를 것도 없고, 처세의 기술은 시대와 장소를 거슬러 필요한게 아닐까…하는 생각.   

쇼핑이 주는 기쁨은 엄청나다. 난 아마존 프리미엄 회원이 되어 계속 무언가를 산다. 무겁고 날 서있던 생각의 방식을 차츰 버리다시피 하면서 의식주(+ IT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인생의 꽤 중요한 목표가 되어간다. 뭐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원래 그렇거나, 그래야 하거나, 적어도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느려지는 노트북은 바꿀 때가 되었고, 키가 자란 아이에겐 새 자전거가 필요하고, 아내에게는 노트를 대체할 아이패드(+애플팬슬), 그리고 꿈꾸는 집을 지으려면 땅을 사야하지. 난 쇼핑 요정.